아침 출근길에 종종 택시를 탄다.

왼쪽 발목이 좀 안좋은 편인데, 종종 발이 신발을 못신을 정도로 아픈 날이 있어서
몸이 안 좋은 날 (거의 100% 서서 가게 되는) 버스를 타면 하루 종일 절뚝거리게 되기 때문에
그래, 돈 벌어서 이런 데도 써야지 하면서 택시를 집어 탄다.

(사실은 회사랑 집이 좀 가까운 편이라 가능한 일이긴 하다.)

서울시 택시 요금이 오른단다.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40

지난 주엔가 아침에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이 통화하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마 이거 관련된 설명회 같은 걸 방금 가셨다 출근하시나 보다.

"응 그래, 얘길 들어봤는데, 기본 요금이 500원 오르는 거래. 뭐 제복 같은 거 좋은 거 줘봐야 내가 좋은 게 뭐가 있어"
(상대방이 뭐라고 응수하고)

"경차택시는 기본 요금이 500원 더 싸데요. 근데 누가 그걸 타겠어. 아니 그거 차인데, 바람불면 휙 날아갈 거 같은 차를 손님들이 타겠어. 큰차 타지"
(상대방..)

뭐 여기까지는 그냥 들리나부다 하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요 그래요, 시계 넘어가면 받던 할증 없어진데. 그럼 뭐 누가 시 경계를 넘어가. 그냥 가다가 경계 끝나는 데에서 내려줘도 손님은 암말 못하는 거야. 도로에서 내리라고 하고 딴차 타라고 해야지. ..(상대방) 응응 그럼, 규정에 손님을 내리라고 해도 처벌받거나 이런 거 없어요."

뭐 이분이 좀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능히 상상이 가는 일이다.

저녁에 술이라도 좀 마시고 늦어서 택시를 탔는데, 집이 분당이나 일산 처럼 서울시경계를 넘어가게 되면 도로 위에 버려지는 경우가 당.연.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뭐 예의상 탈 때 경고 같은 거 해주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면 누가 탈까.

차라리 저 분이 다른 곳 가자고 하면 못태우는거지뭐 했으면 그렇게 안 놀랬을텐데 말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참 법이라는 녀석의 빈 구멍만은 기막히게 찾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 분이야 생업이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실 수 있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다 하고, 처음에 저 인상안 논의하던 '전문가' 님들은 상상력을 장착하기 어려우셨던 걸까. 나야 그 분야 늘 생각하고 사는 사람 아니니 그렇지만, 저렇게 영향이 큰 인상안을 논의하자면 나름 그 분야 이빨 좀 깐다는 사람들은 불렀을텐데, 대체 택시 기사님도 당연스레 떠올리시는 시나리오, 왜 머리속에 안 지나가냔 말이다.

요즘처럼 험한 세상, 사고 생길 구석은 미리 막아도 어디에선가 연신 일이 터지는데, 아예 처음부터 문제의 소지를 턱하니 내포한 정책을 잘했답시고 공표하는 그 센스, 나같은 범부는 두번 생각해도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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