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느와르전 20090703

개인적인 관심사 2009.07.05 11:42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몇몇 르느와르 그림들은 이전에 뉴욕 모마에서 인상파 갤러리를 돌면서 본 적은 있는데,
여하간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하니, 왠지 예의상 들러줘야겠다는 의무감에 시립 미술관을 방문.

예상대로 방학한 대학생들로 전시관이 미어터지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상파를 유독 좋아한다곤 하더라만.. :)

전시회 자체는 괜찮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아주 유명한 그림은 그닥 없었지만,
개인소장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그러니까 평생 재력가나 미술 수집간들의 겁나 친한 지인으로 지낼 일이 없으면 볼일이 없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꽤 많이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같이 가신 분은 '큐레이터의 개인만족이 될진 모르겠으나...'라고 코멘트 하시더라만.


르느와르가 이리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던가 싶게 몇몇 공들인 작품은 정말 선과 색채들이 화려하고 뚜렸하면서도 사진이 주는 정도의 정밀함과 사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동감을 보여주었다.
종종 지나치게 두꺼운 허벅지와 과장된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실루엣이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극한을 추구하다보니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특히 모자와 옷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다양한 패턴의 추구는 안그래도 액세서리와 옷이라면 넋을 놓는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더라. 화려한 모자에 장미나 다른 장식을 달아서 더더욱 시선이 그리로 쏠리게 하는 수법은 주인공이 사람인지 복장인지 착각할 정도였으니, 난 그가 수많은 여성들을 그리면서도 일부종사했다는 이야기를 여자들보다 옷에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옷을 입은 여자 그림은 옷과 얼굴 묘사만이, 나신은 지나치게 강조된 볼륨감과 곡선이 주인공이니 말이지. 그러니까, 분명 실존하는 인물이 모델로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현실적인 의미로서의 '여성'은 없고, 실제로 그림의 모티브는 추상화된 의미의 '여성의 아름다움'이랄까.
설명 중에 앙리 마티스가 그에게 어느 여성을 '당신의 그림에 잘 부합할 것'이라며 모델로 일하도록 추천하여 보냈다는 이야기는 이런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백년 뒤의 나 따위 보다야 그 당시 주변의 지인들은 그를 얼마나 잘 이해했겠느냐 말이다.

중간중간에 한장 씩 끼어있는 아무리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주인공들의 그림에는 예외없이 '그리기 싫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렸다는 설명이 붙어 있더라. 이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가! 후에 자녀들이 그를 묘사한 말들이 지극히 애정과 존경을 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성격도 한 몫했겠지. 그림만 보아도 그의 아틀리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는 실내, 편안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은 나신의 모델, 아무말도 없이 붓을 열심히 놀리는 거장... 혹은 평화롭게 자리잡고 앉고 서고 한 가족과 환담을 나누면서 한색한색 완성해 가는 작가. 이걸 어딘가에서 지켜보면서 크로키를 그려내는 화가의 친구... 정말 그림만큼이나 따스한 풍경들이었겠지하는 생각.

이리 괜찮은 느낌의 전시회는 오랫만이다. 전시회 자체야 좁은 공간에 많은 그림, 너무 많은 관람객과 그림자 지는 조명 등등 완벽하게 운영되진 않았지만, 르느와르의 그림이 이 모든 외적인 면을 다 잊게 할만큼 좋았으니 이건 좋은 전시회라고 할 수 밖에. 전시회 하나로 르느와르가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되지야 않겠으나, 역시 좋은 것은 취향도, 관점도 다 초월하게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러고 나서 초콜렛 한잔에 피곤함을 좀 풀고 바로 백화점으로 고고..했으니 내가 새삼 예술적이고 정신적인 인간이 되었다 말은 못하겠지만서도 이리 한 번씩 감정적인 충격을 받는 것은 언제라도 좋은 일. :)
(백화점에서도 친구 덕분에 샤넬의 근사한 옷과 장신구들을 한동안은 생각 안날 정도로 구경했으니 뭐 그것도 그 나름으로는 신선한 자극이었다고 해야 할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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