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2012)

Les Miserables 
8.2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정보
드라마, 뮤지컬 | 영국 | 158 분 | 2012-12-18

 

1. 원작의 스토리, 아직 살아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출판사도 잊어버린 노란색 세계 문학 전집으로 점철되어 있다. 대략 몇백권쯤 되어 보이는 70년대 전집류, 2단 세로쓰기 편집이라 글자도 엄청나게 많은 그 책은 나에게 완전히 하나의 세계였다. 그걸 다 읽겠노라며 국민학교 시절을 내내 보냈는데, 다 읽었었는지는 지금도 가물가물하다.

 

그 기억은 한동안 완전히 잊혀져 있었는데, 오늘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10분이 채 안되어 빅토르 위고, 발자크, 뒤마... 그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들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만연체의 문장과 종종 삼천포로 가버리는 이야기를 붙들고 씨름하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글자그대로 폭풍 눈물을 쏟았다.

 

커피 한잔을 마시다가도 삼천포로 가버리고, 사람을 구하면서도 프랑스 하수도의 역사를 설명해야 하고 바리케이트 치면서 혁명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해 주는 그 자질구레한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프랑스 뒷골목의 여관을 눈에 그린듯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마치 그 때 내가 본 광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은 영화를 보며 감독에게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 보냈다.

 

이 모든 세계를 만들어낸 빅토르 위고. 나의 삼천포로 빠지기 좋아하는 습성과 도무지 잘라지지 않는 문장, 혹하게 만드는 줄거리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군살들은 다 이 아저씨 영향이었다. 머리는 헤밍웨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슴은 프랑스 혁명기의 낭만이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문장은 가슴이 토해내는 것이기에 어찌해도 그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 마는 겔게다.

 

새삼 다시 한 번 레미제라블을 읽어보고 싶다.(라고 쓰고 한숨을 좀 쉰다는. 그 어렸을 때에도 읽고 혼자 뿌듯해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이건 정말 제대로 완역된 버전을 읽은 사람만 이해할게야... 어린이나 청소년판 '장발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구!!!!!!! 몽테크리스토백작의 전체 버전,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 1001개 몽땅, 반지의 제왕 전권 + 호빗 + 실마릴리온, 데카메론 전편.... 완독해 본 사람들은 쉽게 공감해줄텐데..)

 

2. 크레딧 - 최선 혹은 약간 사치스런 선택

 

이건 뭐랄까.. 저 사분할 포스터가 상황을 참 잘 보여준다고 생각 중. 다들 혼자서 너끈히 포스터 한장을 장식하는 저 배우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1장에 등장하는 이 호화스러움!

 

헐리우드 배우(라고 쓰고 스타라고 읽는) 들이 다들 노래 잘하는 건 아니겠지만, 휴잭맨은 공연 예술이 전공이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맘마미아를 기억한다면 노래에 이미 흠잡을 곳이 없으리란 건 뻔할 뻔자.

 

태어났을 때 부터 연기를 잘했을 거 같은 ^^ 주연이 아닌 영화를 필모그라피에서 거의 발견하기 힘든 배우 러셀크로우앤 해더웨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나저나 러셀 형님이 노래도 잘 하시는 건 좀 반칙이다. 걍 얼치기 락커인줄 알었는디 얼~이었어.

 

최고의 광녀(!) 캐릭 헬레나 본햄 카터와 독재자 한편으로 나의 마음을 잠시 사로잡은 (사실 그것 보단 와이프가 아일라 피셔인거 보고 뭐 이런 능력자가 있냐!고 생각했던) 바로 그 사챠 바론 코헨님도 빼놓을 순 없쥐. 떼따느디에는 진정 생각했던 고대로였어.

 

그 외에도 앙상블의 노래도 좋았고 (이게 모두 현장 녹음인겐가?), 조연들도 훌륭!

 

3. 뮤지컬 - 노래의 힘

 

원체 유명하고 유명하신 매킨토시님의 초 대작 & 유명 뮤지컬이라는데 난 한 번도 본적이 없을 뿐이고. 제작자님께서 이 원작을 갈갈이 찢어(!)내어 맘에 드는 캐릭터만 쪽~ 빨아낸 듯이 묘사해주신 터라 불만이야 없지마는 역시나 낭만체 만연체 소설 사랑하시는 나님의 마음에는 성이 안찬다.

 

그 앙상한 뼈대를 채우는 것이 노래의 힘이다. 모든 곡이 한곡한곡 튀는 노래도 없지만 상황에 안 어울리는 노래도 없이 귀에 착 들어와주시는데 듣는 이쪽이 오히려 황송할 지경이다. 에포닌에게까지 아리아를 선물하시는 요상한! 캐릭터 사랑이 지나치다 싶다가도 on my own~~~의 애잔한 바이브레이션에 이르러서는 그런 불평따위는 어린왕자의 소행성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안드로메다행이다.

 

어설프게 대사를 집어넣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사랑스러운데(거의 모든 뮤지컬 영화가 그렇듯이), 이 동시녹음이라는 소리의 힘이 상당하다. 여느 영화와 달리 심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러셀 크로우의 틔지 못한 목소리가 주는 약간의 답답함조차 그의 성격이 반영된 것 같은 울림이 있다. 장발장이 거의 울다시피 노래하는 bring him home은 그 뒤의 대사인 saint가 어색해 보이지 않게 한다.

 

누가 하더라도 노래는 훌륭한 거 같지만, 이것저것 찾아본 버전 중 좋았던 10주년 기념 콘서트 버전.

 

 

4. 그래서 나의 감상은?

 

별점을 매긴다면 4/5.

 

사실 나 보는 내내 펑펑 울었다. 영화 때문이 한 30%이고, 나머지는 이 거장(이지만 아마 나와 소수의 애호가들만이 '대문호'라는 칭호를 바칠 것 같은) 빅토르위고를 읽던 시절-내 어릴 적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어디에선가 불쑥 솟아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영화가 혁명을 보여주는 지점에 이르자 주변의 20대들이 훌쩍대기 시작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은 그들이 '슬프다' 거나 '감동을 받았다'가 아니라, '공감했다' 였다. 하긴 지금의 세계는 그 당시 프랑스와 비견해 보자면 부의 격차라는 측면에서는 언제 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 세대에서 살짝 비끼다 보니 그들의 비감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모한게겠지. 난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울었으니까.

 

삶에 지쳤다면 한 번쯤 마음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볼만하다. 하지만 그 현실에 찌들어있다면 조심해라. '독사같은'으로 묘사되는 쟈베르조차 감동시켜서 자신의 삶의 목적에 대한 죽을만큼의 회의를 느끼게 만든 장발장의 이상주의에 그저 헛웃음을만을 날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하여 장장 3시간 + 극장 방문 시간, 그리고 표값을 날리게 될지도.

 

뮤지컬 영화 애호가들은 당연히 보아야 할 작품이고,(근자에 그저 무대 장치를 옮긴 것이 아닌 이리 정교하게 실사 영화로 옮겨진 뮤지컬 영화는 못 본듯) 3시간 쯤은 가볍게 앉아 있을 허리를 가진 분들께도 추천.

 

 

ps. 정작 내 머릿속에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코제트가 물을 길러 갔다가 장발장을 만나는 장면이다. 코제트가 크리스마스 근처 가게 유리창으로 보이는 따뜻한 풍경을 보며 생각하는 장면이나 숲 속의 우물, 장발장과의 대화가 이렇게 선명한 걸까.

 

그 다음은.... 장발장이 코제트를 데리고 쟈베르를 피하면서 펼치는 액션 활극? ^^ 고 장면은 정말 거의 글자를 보며 생각한 거의 그대로라 피식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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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혹은 무지?

diary 2012.11.06 23:16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머리 새로 한 탓인지, 긴 머리가 닿는 목 뒤쪽에 온통 뭔가 났다.

약품 반응에 원체 민감한 피부라, 그냥 그러려니, 그러다가 없어지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어이없이 사단은 다른 곳에서 생겼다.

 

업무 워크샵을 하러 모인 자리 뒷줄에 앉은 모님께서

"아니 왜 귀뒤에 뭐가 이렇게 났냐"며, "여자가 오래 혼자 살아서 그렇다"며 양기가 부족하댄다.

 

이건 뭐 거의 성희롱 수준인데 정작 하는 본인은 전혀 눈치를 못챈다.

많이 돌려서 "애기들 있는데서 이러시면 안된다"며 점잖이 알려드려도 계속 그 이야기에 사족을 다신다.

 

내가 회사 생활 시작하던 십수년 전 시절이라면야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분들도 많으셨으니

이쪽에서 어쩔 수 없이 참아드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만은

요즘에야 매년 성희롱 방지 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주변에 솔찮이 이런 케이스들을 보셨을 텐데도 왜이러시나.

 

더욱이 나랑 동기이거나 그나마 갑이라서 그냥 친구 먹은 김에 편한 이성친구로서 그리 말한거라면 이해도 갈 법하고 사실 회사 내에 그럴 수 있는 님들이 아니 계신 것도 아니지만, 그분은 그 범주가 아뉘라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배울만큼 배우시고 나와 그런 이야기를 나눌만치 친하지 않으신 분인데 말이다. 혹시 내가 편하셔서 그러셨다 하더라도 듣는 내가 상당히 불쾌했다면 성희롱이 성립된다는 거 어이 설명드려야 하나.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실제 소송하거나 고발할 것이 아니고, 그 분도 다른 곳에 가서 혹시라도 그러시다가는 분명 언젠가는 사고가 생기게 마련이니 (이런 버릇은 아직 한 명도 좋게 넘어가는 걸 본적이 없어서) 굳이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일이긴 하지마는 그래도 괜시리 이 나이 먹고 혼자 있는 것이 아직도 마초들에게는 쉬이 눈뜨고 못볼꼴인가 싶어서 한마디 주저리 해본다.

 

그냥 그 분의 편견 탓일게고, 나는 최근 그냥 생기는 대로 받아들이자의 주의로 지내고 있으므로 그냥 이 또한 생긴 일이고 판단치 않을테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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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Diet Diary 2012.10.22 22:48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오늘부터 일주일간, 아침, 저녁은 쉐이크로 대신하기로 했다.

제품은 '세븐 데이즈'.


내 돈내고 정당히 사 먹고 있는 것이니 이걸 두고 뭐라 할자는 없겠으나,

여하튼 평은 하루밖에 안 된 관계로 일주일 뒤에나!!


그나저나 배고프다.... 언능 자야하는데, 배고프니 잠이 더 안오고...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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