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날. 5.17

diary 2013.05.18 00:40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소풍가기 전날처럼 설렌 것도 아닌데 잠을 설쳤다.

짐에 넷북도 챙기고, 카메라도 챙기고, 책은 무려 5권을 넣었다.

 

아침 8시 10분 차를 탔는데, 아무리 가도 경기도를 안 벗어나더니,

한참을 잔것 같은데 계속 대구 근처다.

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부산으로 놀러가나 싶다.

 

시퍼렇게 녹음이 우거진 산과 그 아래 조로로 자리잡은 논밭은 시도 경계가 세번을 바뀌는 동안 내내 그대로다. 경상도에 대한 경험치가 원체 낮은터라 대체 이렇게 시골이어도 되나 싶더라. 내 고향 땅 강원도 만치 길이 다 산으로 둘러쌓여 있진 않더라만 양옆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과 논밭의 조합은 변함이 없이 7시간을 같이했다.

 

그런데 부산에 내리니 날이 선선하다.

왠지 남쪽 끝은 따스할 것만 같이 반바지에 온통 반팔옷만 싸왔는데 낭패다.

 

애초에 생소한 부산 여행을 냉큼 결심하게 된 데에는 부산대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는 장박사님의 권유가 이유의 전부였다. 오랫만에 얼굴을 뵙자하고 연락을 드렸더니 무려 무산에 계신다는게 아닌가. 작년 누군가의 귀국맞이 모임 때 보고프다 칭얼거렸을 땐 분명 서울이셨는데 어느새 부산으로 몸을 옮기셨단다. 이제 경상북도만 찍으시면 아니 다니신데가 없는 양반이다. ^^

 

원체 웃는 상이 좋은 분이라 전화로 목소리 들으며 두근두근 신났는데, 멀리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이 폭발한다. 얼굴 보자마자 부산 여행 계획을 막 늘어놓으시는 데 나만 신난게 아니다 싶어 더 즐겁다.

 

우선 배고플터이니 날 먹이시겠다고 이미 소셜커머스에서 사놓으셨단 횟집으로 바로 고고~ 동천횟집이라는 고풍스런 상호와 달리 널찍하니 광인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없는 입맛도 돌 지경인데 아침부터 7시간을 굶은 배에야. 근데 우리 장박사님은 오늘 아침까지 회를 안주로 한잔하셨단다. 그럼에도 나를 먹이시겠다 기꺼이 횟집 와주신 정성에 감복. 사실 맛나더라. 올만에 수다 삼매경에... 나 맘고생 한 이야기 들어주셔서 또 감사하고.

 

한참을 돌아서 니가 길 안내를 다 하냐는 구박도 살짝 받아가며 광안리 해변으로.

횟집앞은 알고보니 공원이었단다. 어쩐지 사람들이 돗자리 펴 놓고 앉아서 도시락 먹고 있더라. ^^

 

광안리 해변은 지인이 마이애미 같다더니, 거대한 아이파크 건물에 이쁘장한 카페들까지 해변 모습이 정말 잘 관리되어 있다. 심지어 노래까지도 딱 한 가게에서 괜찮은 재즈가 흘러나온다. 강릉의 뽕짝이 흐르는 해변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모래 사장은 의외로 폭이 좁은데, 동해 바다와 같이 갑자기 깊어지지 않는 바다가 잔잔해 보인다 했다. 그런데 진짜 남쪽의 바다는 더하단다. 정말 세상은 넓고 가 볼 곳은 많다.

 

광안리 나와 허심청 시도했으나 이 도도한 오래된 온천은 10시까지밖에 안한다는 안내원님의 말씀. 왠지 말투에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듯 하여 살짝 부럽기까지 하더라. 내일 다시 시도하자며 나의 오늘 숙소인 부산대로 고고.

 

아 그런데 이 부산대에서 엄청 웃게 될 줄이야. 장박사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 학교는 학생회관이 꼭대기에 있어. 경사가 좀 있거든.. 하시길래 아니 관악도 다녔는데 하며 속으로 설마했다가 너무 놀랬다. 폭이 좁고 긴 것이 부산 스타일인지 길다랗게 자리잡은 학교는 급격한 경사와 더불어서 공대가 정문 쪽에, 맨 위에 학생회관과 대운동장, 체육관이 배치되어 있어 예상을 완전히 깨는 모습이다. 심지어 대학 안에 백화점까지 자리잡고 있는데, 그 경위조차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왜 서울의 학교들은 다 공대가 저 언덕넘어에 자리잡고 있는거지? 학생회관도 동아리 방에 한 번 가면 오래오래 활동하라는 취지일지 모르고, 대운동장까지 가는 길에 운동을 겸사겸사하라는 의도인지도 모르지..했는데 알고보니 운동장이 너무 높아서 거의 체대생들 전유물이란다. ㅋㅋ 뭐든 다 비슷하게 설계되는 것이 좋은 것도 있는게다.

 

여기 임직원만 예약 가능하다는 상남국제회관의 비지니스룸 스런 트윈 베드룸에 들어오는 것으로 오늘 마무리.

 

여행만 오면 별스럽게 피부 관리 열심히 하는 습관은 여기서도 당연히 나오는 중. 그래놓고 이 늦은 시간까지 안자면 무슨 소용! 이나며 오늘은 일단 접어야겠다.

 

아까 나가시며 내일 여행 계획을 세워보시겠다 의욕을 활활 불태우셨는데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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