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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혹은 나를 위한 변명

개인적인 관심사/한국TV/영화 2009.09.06 13:50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일전에 김민선양이 싸이월드에 올렸던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글이 소송 대상이 되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냐라는 논쟁이 잠시 인터넷을 휩쓸었다. 물론 이 사건은 여기에 다른 배우들과 정치인, 그리고 말 좀 한다하는 논객들이 참여하면서 본질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조용히 관심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긴 했다.

지금 또 다른 연예인 한 명이 舌禍로 고생 중이라 한다. 이제 20대 초반인 이 친구가 연습생 시절에 마이 스페이스에 쓴 몇몇 구절들이 어떤 경로로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쓴 구절들이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하자마자 네이버 메인을 장식하는 주요 일간지들의 top news에도 곧 '재범 한국 비하 발언', '2pm 재범, 한국 역겨워..' 등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TV가 보여주는 세상,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 대중 문화에 그다지 친숙하지 않던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최근의 아이돌 열풍 속에서 2PM은 단연 컨셉상 내 눈에 띄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꽤나 호의를 갖고 있던 터라 제목들에 낚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기사들을 보기 전 생각은 JYP가 소속 연예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인가보다였다. 최근에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독일인인 '베라'양이(난 사실 미녀들의 수다를 거의 못 봤기 때문에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한 동안 구설수에 올랐다는 기사들을 본 터라 이럴 때일수록 다국적인 아이돌 그룹 입단속을 더 잘 했어야지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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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이 아니란다. 그 아이돌이 연습생 시절에 마이스페이스에 지인과 주고받은 메세지가 공개된 거란다. 마이스페이스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로 치면 딱 싸이월드다. 개인적인 메세지들을 본인이 속한 네트워크에서 공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란 이야기다. 오죽하면 이름도 마이 스페이스다. 지난 번 김민선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공간에서 쓴 글은 어느 정도까지 공공연히 논의 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이렇게 표현한 글은 어느 레벨의 표현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을 하나 이야기해 보자. 나는 아직도 도메인을 사고, 호스팅을 해서 개인 홈페이지를 유지하고 있는 인터넷 세대로 치면 제대로된 구세대 인물이다. 지인들하고만 공유하고픈 메세지는 되도록 그곳에 쓴다. 벌써 대학교 시절 이야기지만, 누군가가 그 공간을 해킹했다. 말하자면 내가 쓰는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이다. 몇 명의 지인들만 알고 있던 터라 빤한 조회수가 하나씩 올라가 있었고, 나에게 메세지도 떡하니 남겨져 있었다. '이제 다시는 앞으로 비밀 번호 바꾸지 마요. 종종 들어와서 볼께요'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딴에는 자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당시 나의 기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누군지 알고 싶은 기분도 전혀 들지 않았고, 아마도 그 사람이 전하고 싶었을 난 어디에선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께요 따위의 '낭만' 은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에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침임했고, 또 흔적을 남겼을 때의 기분일게다. 프라이버시의 존중이라는 것은 사실 자신이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 남에게도 이런 기분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배려'의 다름 아닐 것이다. 굉장히 선한 의도에서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사회적인 예의의 하나란 말이다. 더구나 그 공간-물리적이던 사회적이던-에서 행해진 말과 행동들이 낱낱이 꺼내어 공유되고 있다면? 이건 개인적인 의미에서는 거의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자 그럼 이런 말이 소위 '공인'들에게도 적용이 되나 살펴보자. 그 전에 '공인'이란 것이 대체 누구를 말하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보자. 공인은 글자 그대로 '공공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공공의 일이란 민주 국가에서 구성원의 권한의 일부를 위임받고 수행하는 임무를 말할 것이며, 공인이란 그 댓가로 비용을 받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 게다. 자, 그렇다면 누가 공인인지? 우리나라 같은 국가에서야 뻔하다. 우리는 공무원이라는 직함으로 이미 그들을 규정해 놓고 있다. 또한 여기에 선출직으로 뽑힌 각종 의원/공공기관 대표들과 통/반장님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공인인가? 예전에 김어준씨가 남긴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공공연한 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난 100% 공감이다. 물론 이들이 미치는 사회적인 파급력을 생각했을 때, 되도록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바른 행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전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을 때, 연기 변신을 위하여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의 주인공을 수락하려고 한다고 하자 정부 차원에서 제발 거절해줬으면 했었다 한다.(결국 그는 그 역할을 거절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차인표씨 같은 사람들은 헐리우드의 영화 제의도 거절했다 한다. 김장훈은 세계를 상대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걸 알리려고 정말 온몸바쳐 노력한다. 자, 그럼 이제 연예인이나 이름 알려지는 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야 하나.

처음에 제기했던 또 다른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대체 헌법에도 명시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인가. 법을 전공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대학 시절 야심차게 수강한 법학개론의 강사님이 너무나 '헌법사'를 위주로 강의하신 덕분에 학점도, 얻을 수 있는 지식도 말아먹었던 아픈 기억만 있는 관계로 사회의 중요 골격인 법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나로서는 이 지점이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의문'의 대상으로 답을 얻고 싶은 질문이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블로그의 이 글은 곧 '공개'도 할 것이고 '발행'도 할 것인데, 그것은 나에게 보장된 자유인가?

극단적인 주장, 예를 들어서 지구는 사실 평평하고, 바다 끝으로 가면 떨어져 죽게 되어 있으니 당장 항공기와 배편의 운항을 중지하여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사실 이것은 갈릴레오의 주장을 반대로 뒤집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 주장으로 거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었으며, 좀 비겁해 보이지만 법정에서는 자신의 주장이 틀렸을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현대에 이르러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 통념에 지나치게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를 사람들이 동조할 위험이 있으니 그를 처벌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똑바로 살란 메세지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할 것인가.

여전히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떤 결론도 내리기 어렵다. 나의 글이 마치 '내가 처한 상황도 싫고, 한국도 싫고, 모든 것이 다 바보스럽다' 라고 친구에게 투정부린 걸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다 못해 죽어라 연습해서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그룹 활동까지 몽창 말아먹게 생긴 박재범 군을 옹호하는 걸로 보인다고 해도 나로서는 받아들 일 수 밖에 없을 일이다. 그리고 이 글이 그런 의도에서 시작했음을 부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히 마이스페이스라는 공간은 그 서비스의 설계에서부터 운영, 그리고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의 의도까지 총체적으로 '개인적인 지인 네트워크'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의 그 이야기들이 그리 욕먹을 일인가라는 점을 다시 짚어봤으면 한다. 그가 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굉장히 기분 나쁘고 심지어는 어떤 개인에게 모욕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는 사실 JYP가 가장 부끄러워하고 한편으론 기분 나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껏 잘되라고 키웠더만 그 상황이 총체적으로 힘들었단 거 아냐!)하지만 저 이야기들은 다분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공부와 경쟁에 시달리면서 '만날 성적 성적하는 엄마도 싫고, 그러다가 대학 못간다고 협박하는 선생님도 싫고, 나 따돌리는 친구들도 싫어. 난 우리나라에서 안 살테야'라고 말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녀를 미국으로, 호주로, 캐나다로 보내놓았더니 한국으론 다시 안들어올거라고 한다고, 혹은 거기서 살다 데리고 들어왔더니 죽겠다고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도 봤다. 그것과 크게 다른가? 그 아이들이 엄청나게 틀린 이야기를 한 것인가? 그리고 그 아이들이 딱히 모두 애국심이 없는 것인가? 아니, 애국심이라는 자극적인 주제를 끌어내지 않더라도 정말 엄마 아빠를 싫어하고 선생님을 증오하며 한국이란 곳은 살 데가 못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굉장히 잘못된 일인가?

예전이 삼성전자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는 어느 여성 임원분이 쓰신 책의 설명회에 간적이 있다. 그분이 그러시더라. 나는 내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원하기 때문에 소수 인종에 대한 지원을 하는 단체에 기부를 하고, 아이들이 자신을 키워주시는 멕시코 이주민 고용인을 친척 아주머님과 같이 정중하게 대하도록 가르친다고. 에이즈에 걸린 흑인 청소년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접받는 세상이라면 내 아이들의 권리는 100% 확실하게 보장 받을 것이 아니겠느냐는 논리에는 반박을 할 도리가 없었다. (그 분이 이야기하신 다른 모든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자 주장하는 것은 사실 전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행위다. 지금 내가 이 일면식도 없는 미국인 청년의 수난에 대해서 주말 저녁을 할애하여 장시간 동안 글을 쓰고 앉았는 것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읽어주면서 조금이라도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으면 하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인 게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하고픈 말은 주변 사람들에게라도 속시원히 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고, 개인적인 행동과 언사 때문에 공적으로 욕을 얻어먹거나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물론 내가 속한 커뮤니티 내-직장이던 친구관계이던, 친척관계이던 가족관계이던-에서의 평가나 이익/불이익에는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공적으로 무언가를 하겠다 나서지 않는 이상에야 나의 개인적인 말과 행동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세상 필부필부들이 나를 매장시켜 버리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또한 내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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