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떠돌던 공기..

개인적인 관심사 2009.02.28 19:46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모처럼만에 감기를 앓지 않는 주말인데다
밀린 볼일도 봐야 하고 날씨마저 좋아주시는 덕분에
오전부터 슬슬 길을 나섰다.

원래 목표 여정은 신촌-시청-삼청동-광화문.
그러나 중간의 시청 코스를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깨닫고
신촌에서 안국역으로 직행했다가 북촌길로 걸어내려오면서 구경 겸 산책을 하기로 결심.

문제는 안국역을 내리자마자 전경과 사복경찰, 교통 경찰 등을 다양하게 만나기 시작했다는 건데,
이들은 안국역에서 삼청동을 걷다 북촌의 한옥마을길로 내려오는 내내
그리고 경복궁을 지나서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걸어오는 내내
복장의 종류와 인원수만 조금씩 늘었다 줄었다 할 뿐 온 길을 가득 매우고 있는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오늘의 이슈는 뭘까 하고 약간 흥미진진하다가,
중간에 볼일 보느라 바쁜 도중에는 좀 잊었는데,
목적이 다시 산책으로 바뀌자마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만
급기야는 대체 시청광장에 얼마마한 인간들이 모여있길래 하는 약간의 짜증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 사람들이 뭐 때문에 나왔는지에 대한 단서는 프레스 센터 앞에서야 풀렸는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깃발과 언론 노조 깃발을 시작으로 십수개 정도의 깃발과 대략 100인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서 언론법 개정에 대한 의견 개진회 같은 걸 하고 있더라.

뭐 그것 때문에 저 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지 않은가 싶어 집에와서 곧바로 뉴스 사이트들을 들여다보니 서울 시내 곳곳에서 언론노조와 민주노총이 3만여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집회를 한다고 한 모양이다.

자신의 의견을 혹은 집단의 의견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을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역시 자유의 기본은 다른 사람의 자유도 자신의 자유와 동질의 것으로 놓고 인정해준다는 데 있다는 것쯤은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 자신의 의견을 소리높여서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좀 이기적인 생각은 아무래도 안 할 수 없다.

주말,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 곧 올 봄에 설레어하며 거리를 걷고 있는 사이를 메운 회색, 청색 제복의 경찰 대군을 봐야 하는 일도, 확성기를 소리높여틀어놓고 고래고래 질러대는 '십대들의 주장' 같은 이야기-뭐 내용은 잘 들리지도 않으니 그걸 두고 한 이야기는 아니고, 절대로 그 어투와 방식이 그렇다는 거다. 참고로 십대들의 주장은 V6가 진행했던 방송의 한 코너다- 로 나머지 공간이 전부 메워지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니더라.

그나마 여기에 익숙하신 우리의 강건하기 그지 없는 서울인들은 꿋꿋이 즐거운 표정으로 아랑곳하지 않고 봄날을즐기고 계시더란 말이지. 그 묘한 세가지의 공기가 섞여 있는 서울의 늦은 겨울-이른 봄은 정말 하나도 아름답지 않으면서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더라...

좀 걱정되는 것은 우리.. 이런 광경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점..대체 어느 지점 쯤에서 이런 일의 반복이 일상이 아니라 매우 드믄 특수한 일이 되는 걸까?

ps. 사실 그 광경에 나혼자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가는 건 요즘 사무실이 있는 서울의 최고 구석 상암동에서조차 일하는 내내 확성기로 틀어놓은 어줍짢은 운동가요와(최소한 이런 건 자기목소리로 부르란 말이다!!) 역시 청소년의 주장 같은 본인들의 입장 표명 소리를 9시부터 6시까지 내내 들어야 하는 약간의스트레스아닌 스트레스도 더해져서 일거란 생각을 좀 해 보게 된다... 아아.. 휴식이란 걸 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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