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2011)

개인적인 관심사/한국TV/영화 2012.01.02 12:44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판빙빙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영화에 제작비가 30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더구나 그 간 영화 제작자로 변신한 것 같던 강제규가 감독이란다.
대한민국 영화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기는 배경이다.

마이웨이
감독 강제규 (2011 / 한국)
출연 장동건,오다기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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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 감상평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애매~합니다.' 쯤 될까.

이건 어디로 분류해줘야 하는지 누가 좀 정말 알려줬으면 좋겠다. 전쟁영화인 것 같지만, 사실 그다지 전쟁의 실체에 심도깊게 다가서고 있지는 않고, 휴먼 스토리냐 하면 뜨거운 인간애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스펙타클한 화면을 앞세워서 박진감있게 진행되는 헐리우드 대형 작품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규모가 모자란다. 잘 생긴 두 남자의 버디 무비라고 하기에는 원수같던 둘이 연결되는 계기가 좀 약하다.

20세기 초의 유라시아 대륙 전체, 특히나 2차 세계 대전의 주요 격전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이 영화는 끝까지 장동건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운동장을 뛰었을지를 절실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한데, 영화를 다 본 후에도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싶은 심정이랄까. 대체로 걸작으로 남는 영화는 감상 후에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라고 이야기되긴 하지만, 그것은 '해석'의 다양함에 대한 것이지 아예 전달조차 되지 못한 핵심 줄거리에 대한 게 아닐게다.

굳이 무리하여 해석하자면 전쟁을 통해서 짇밟혀간 한 젊은이의 꿈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을지. 절실하게 달리고 싶었지만 전쟁의 시대에 약소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죄로 전쟁터를 끌려다니면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청년과, 이 청년과 딱 반대의 처지지만 결국 같은 운명을 걷게 된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순간순간 홍콩 무협 영화에서 빌려온 듯 한 비현실적인 총격신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노르망디의 일견 평화로운 연병장을 도는 귀가 먼 장동건에 이르러서는 포레스트 검프에 대한 전쟁표 오마주인가 싶게 된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영화 현실에서는 여전히 몇 백억 단위의 비현실적인 금액을 한 편에 쏟아부으려면 거기에 걸맞는 무언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하고 있을 게다. 아무리 대형 프로젝트에 익숙한 감독이나 제작자, 투자자라 해도 거기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를 창조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휘둘리기 시작하는 순간 대부분의 비극이 시작된다.

물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면, 누구에겐가 들은 듯한 스토리로도 충분히 새로운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 대문호 괴테도 남들에게 빌려온 것을 제하면 남는 것이 아주 조금이라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무언가가 온전히 자신의 뼈 속에서 우려져 나오지 못하고 남들이 맞춰준 기준만큼의 맛을 내기 위한 조미료통을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조금이라도 실패하는 순간에 우둔한만큼 예민한 대중은 자신의 입맛에 영합하려 했다는 죄목을 들이대면서 가차없이 단죄한다. 거기에 동원된 재료들이 제아무리 세상에 하나 뿐일지이라도 한 번 약을 쳤다 낙인찍히게 되면 다시 재심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돈 많이든 한국 대작 영화들이 아주 잘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다음 세대의 감독들에게도 또 기회가 돌아올 것이고, 그 기회들이 내가 즐거운 2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가지게 되는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른바 마이웨이와 MI4의 비교에 부정적인 언사를 하나 더 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우리나라 대작 영화-특히나 범아시아 어쩌고 겨냥한-에 들이대는 특유의 무시무시한 기준을 일반적인 수준으로 낮춰놓고 본다면 잘생기고 어여쁜 배우들, 간간히 등장하는 카메오, 규모있는 전쟁신 등 눈과 귀가 충분히 즐거운 영화임에 틀림없다. 아무래도 전쟁 영화이다 보니 연말/연시 시즌의 연인들과 청소년들에 좀 외면을 받긴 했어도 그 보다 더 많은 인원과 규모로 승부하는 헐리우드 영화들보다 영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흔히들 쉽게 이야기하듯이 대중들의 흐름에 부합을 못하고 스토리텔링이 부재한 것이 정말 문제일까? 오히려 영화 내내 읽히는 '성공해야해'라는 압박감이 더 문제가 아닐까. 장동건이나 오다기리 죠는 이 보다 훨씬 못한 내러티브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능력은 그렇지 않다 평가하는 사람들이라도 이 들이 화면에 등장했을 때의 스크린에 대한 장악력만큼은 (장동건은 이제 나이가 있으니 그렇지 못하다 & 한국사람 디스카운트로 폄하하는 사람들이라도 오다기리 죠에 대해서만큼은) 아시아에서는 최고 레벨이 분명하다. (젠장 여기도 동의 못하겠으면 시간날 때 오다기리 조가 주연이 아닌 메종 드 히미코를 보던지, 장동건이 연기 엄청 못할 때의 마지막 승부라도 보고 얘기하자.)

이 둘 중 하나만 주연으로 출연했다고 해도 이건 최소한 중박은 되는 영화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여야 한다'는 압력이 이 영화에 족쇄를 채워 아래로 끌어내린 것은 아닐까. 대규모 투자가 빅 프로젝트는 성공하는 것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위에 썼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 영화계의 모든 것을 짊어진 듯이 만들어진 영화는 우리를 온전히 비현실적인 현실로 데려다 주기 어렵다. 모리미 도미히코가 그의 소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땅에서 떠올라 하늘을 나는 방법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생각을 해야 한다는 데 비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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