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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라는 단어를 기억하나요?

분류없음 2009.02.26 23:36 posted by Hyojeong Isabel.kang
페이지..혹은 홈피..주소 알려줘!라는 이야기를 하던 세대가 지구상에 존재했었다.
(요즘에는 기업..이나 기관, 잡지 같은 거에나 쓸거 같은 단어지만..)

요즘에야 웹에 글 좀 쓰는 사람은 다 블로그를 사용하고,
사람들과 연결을 유지할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써야 할 거 같지만,
내가 처음에 웹에 연결되었던 때에는 아직 BBS니, 고퍼니, 뉴스그룹이니 유즈넷이니 하는 것들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을 얻기 시작했거나 엄청나게 귀중한 정보의 소스와 운반도구로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덤으로 영어를 잘해야 하는건가 하는 압박감도 좀 들던 때였다.

그러니까 바야흐로 시대는 www를 굳이 풀어서 월드와이드웹이라고 써 놓고 친절하게 '전세계를 열결하는 거미줄망'이라고 해석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던 때였던 것이다.

산실 한구석에 같은 소모임 녀석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html 사전을 펼쳐놓고 스캐너와 맥을 놓고 씨름하면서 과서버주소/~내주소 모양으로 연결되는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 얼마나 뿌듯했던지.
거기에 뭐 좀 입맛에 맞게 써 볼라고 맘 먹었다 하면
무조건 소스코드 열어서 다 뜯어 고쳐야 했던 BBS를 설치했을 때의 기분이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근사했더랬다.

젠장 XML은 줄창 개념만 있는 상태였었고, 여전히 표준화 작업이..(크헉)이루어지고 있단 이야기가 나와있는 빨간 책이 수줍게 손에서손으로 전해지던 때란 말이다.

암튼 그 시절에 시작된 나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도메인 비용과 호스팅 비용을 내면서 따로 유지되고 있다는 거다. 지금에야 블로그 계에 나도 한 발 들여보자란 심정으로 비장하게 1년은 유지해보자라고 한 결심대로 죽 가고 있지만서도 나에게는 어엿히 이 웹상에 월세를(^^) 내긴 하지만 나의 집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시, '홈페이지'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한 우리는 소주 몇 병의 도움을 받아 재작년/작년에 한창 유행했던 세컨드라이프의 미래 버전쯤 되는 녀석을 상상으로는 수십번도 더 그려내었었고(그러나 우린 다행히 게을렀다), 검색과 브라우져의 차세대 버전이 필요함을 역설했었다.(그러나 우린 게을렀다니까) 나의 완전 우수한! 동료들은 웹상에서 3차원 물체 검색을 시도했었고(아직도 안되는 기술이더라 이거..) 급기야는 (세컨라이픈 못갔지만) 네트워크형 RPG 게임을 만들어서 시연!하느라 애꿋은 과 동료들의 인내심을 본의 아니게 시험했다.(지금에야 하는 이야기지만 미안. 그냥 게으른게 나을뻔 했어.)

어쨌거나 그런 시대정신!에 기인한 자부심이랄까 암튼 난 줄창 홈페이지 형태의 웹 거주를 고수해 왔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고립'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라고 외도를 아니한 것이 아니다. 비록 내 홈페이지로 오라고 주소만 달랑 써 놨지만 남의 미니 홈피는 방문해 왔었고, 페이스북에 관리는 잘 안하지만(국제적 친구가 없어서..) 어엿히 연락처가 올라가 있으며, twitter에도 글을 남겼었고(한줄이지만), bloger에도 아이디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홈 마이 홈으로 돌아오게 되더라는 거다. 세상이 SNS를 사랑하고 '무료'가 가장 보편적인 비지니스 모델인것처럼 돌아가고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론 홈페이지 고수!에도 여러 시련은 있었다. 우선 맨 처음에 쓰던 홈페이지는 위에 설명한 (요즘 말로 하면 오픈 소스인) 게시판에서 한동안 매우 유행하던 제로보드로 데이터를 옮기는 데 실패하여 데이터를 유실했고, 그다음에는 요상한 광고글을 남기기에 회원제로 바꾸었다가 지인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를 꿋꿋이 이겨내고 잘 버티던 어느날 과 서버가 날아가면서 같이 사망하시는 비극을 맞이하였다. 그 뒤 한동안 손을 놓았다가 지금의 호스팅 회사에 소스를 의탁하면서버전 3.0쯤 되는 새 홈페이지를 갖게 되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처럼 픽셀 단위로 디자인 고민하고 그림 자르는 거 참으로 귀찮아하며 허연 바탕에 그냥 분류별 게시판만 딱딱 뜨도록 되어 있는 초극한미니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을 지언정 유지가 되고 있다는 거다.


RSS 리더로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니 설치형 블로그가 사라져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귀절이 눈에 들어왔다. 나처럼 설치형 블로그도 아닌 '섬'형 홈페이지를 그리워하는 세대들은 이제 아예 이 동네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일까?


ps. 글을 다 써놓고 보니,
그러니까 내가 이제 막 발을 들인 블로그스피어의 그 울트라왕올드&와이즈해 보이시는 그 모든 고수님들은... 십중팔구 나보다 어린 세대인 건가.. OTL.... 내가 이리 나이 들었구나..떱..<--순간 이거 대신 에헷하고 싶어졌다.. -  -

ps2. 초록은 동색이라고, 나의 친구들 중에도 여전히 독립 홈페이지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 과동기 홈페이지. 정말 난 이럴 때 갑자기 혼자 급 동료의식을 느껴주신다....

ps3. 그리고 정말 나이들어 보일까봐 굳이 (modify)를 눌러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홈페이지를 갖게 되고
얼마 안 있어서 블로그가 등장했다는 거! 괜히 한 번 강조해 본다... 그 때 보긴 봤다고!!!
(솔직히 말하면 그건 뭐 심하게 초기 버전이고 우리나라이 이야기도 아니었고, 사용자도 지금처럼 미친듯이 많지 않았고, 일반화된 '툴'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